21. 손석희의 리더쉽 분석

손석희 사장

손석희의 리더쉽 분석

Ⅰ. 서론: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손석희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은 올해도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1위에 올랐다. 그는 2007년 첫 조사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34.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위 그룹이 1%의 표를 받은 점을 볼 때 손석희는 한국의 독보적인 언론인이라 할 수 있다. 손석희는 1984년부터 2006년까지 MBC에서 근무했고, 그 뒤 성신여대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아침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다가 2013년 5월부터 JTBC의 보도 담당 사장직을 맡게 되었다.

손석희의 리더십은 JTBC행 이후, 특히 세월호 사태 이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손석희는 JTBC 뉴스의 질적 측면을 크게 개선하였으며, 지상파 방송들이 외면한 뉴스들을 깊이 있게 보도해 주목받았다. JTBC가 ‘가장 신뢰하는 매체’ 순위에서 2위에 오르고, ‘가장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 순위에서 JTBC 뉴스룸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손석희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5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50%에 불과하다.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만연해가고 있는 오늘날, ‘신뢰의 아이콘’ 손석희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은 JTBC 보도총괄 조직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계 전반의 발전 방향을 짚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Ⅱ. 손석희 리더십의 분석: 리더십 구성요소별 특징

리더십이 갖춰야 할 5가지 구성요소에는 ①리더와 팔로워, ②조직 목표, ③영향력, ④변화와 혁신, ⑤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있다. 손석희 리더십은 이 모두를 잘 갖추고 있는 성공적 리더십으로 분석된다.

1. 리더와 팔로워

팔로워(follower)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파트너로, 단순히 지시에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행동을 수행하며 리더를 리더답게 재탄생시키는 중요한 행위자이다.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팔로워들이 집단적 노력을 하는 과정을 팔로워십(followeship)이라고 하는데, 리더가 조직 성과에 독단적·강압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팔로워십은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하다.

손석희는 원만한 리더-팔로워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는 기자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기자들을 핸들링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사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말아달라는 그의 부탁에 따라 JTBC의 모든 기자는 연차에 상관없이 그를 ‘손 선배’라 부른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기자들과 미팅을 갖는데 낮에 하면 샌드위치, 밤에 하면 치킨과 맥주를 함께 하는 격의 없는 자리로, 조직의 위계질서나 업무 경계에 구속되지 않고 서로 의견과 비판을 주고받는 열린 자리라 한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손석희가 구축한 리더-팔로워 관계는 사장과 직원으로서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동료이자 선배인 수평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수직적 조직은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고 구성원들의 자율이 보장되기 힘들다는 점을 볼 때 수평적 조직은 구성원들 간의 숙의(deliberation)를 통해 공정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만들고자 하는 JTBC 보도총괄 조직에 적합한 형태이다. 또한 조직의 규모가 크지 않아 수평적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사소통의 지연의 문제도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조직의 비전, 목표와 전략

조직의 비전과 목표의 명확한 설정은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고 구성원들의 노력이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중요하다. 손석희는 JTBC 보도 담당 사장직을 맡으며 “정론의 저널리즘”을 조직의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즘은 현상을 보도하되 그 현상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야 한다’며 정론의 저널리즘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직 비전에 따라 조직 목표를 “팩트, 공정, 균형, 그리고 품위를 기본 전제로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 편에 서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설정하고 지금까지 실현해오고 있다.

3. 영향력

영향력이란 ‘리더가 아이디어를 설계·전달하여 팔로워들이 수용하도록 하고, 변화를 통하여 팔로워들이 아이디어를 시행하도록 동기부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리더는 팔로워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도록 변화시킴으로써 그들의 몰입과 열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손석희는 JTBC 보도 부문에 있어서 편집권과 인사권을 포함한 전권을 지니고 있으나 그것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을 강압적으로 변화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말단 기자들까지 오너나 경영진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아이템을 스스로 선별 및 취재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기자들의 자발적인 몰입과 열정을 이끌어내고 있다.

4. 변화와 혁신

1) 미국식 앵커 시스템 도입

손석희는 JTBC <뉴스9>에서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미국식 앵커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기존의 한국식 앵커 시스템은 “편집권과 조직 관장 권한은 보도국장이 유지하고 앵커는 뉴스의 진행에 관해서만 책임을 지는 지극히 기능적인 앵커 시스템”이다. 앵커들은 편집회의에 참여해 뉴스 진행의 흐름을 파악하거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뉴스의 생산과 편집 그 자체에 관한 참여 권한은 없다. 이에 비해 미국식 앵커 시스템은 미국 CBS뉴스가 월터 크롱카이트를 앵커로 기용하면서부터 채택한 방식으로, 앵커가 뉴스의 제작과 편집, 진행, 기자들에 대한 인사권 등 거의 전 부분을 지휘 및 조율한다. 이 시스템은 앵커 역을 맡은 사람의 카리스마적 매력을 극대화하려 하며, 보도기자나 프로듀서들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혁신은 손석희 개인에 대한 신뢰도는 높으나 JTBC 조직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았던 당시 상황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식 앵커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손석희 개인에 대한 신뢰는 그대로 JTBC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었다.

2) 깊이 있는 보도의 추구: 뉴스 구성 변화 및 약속 대련 폐지

손석희는 <뉴스9>와 그 뒤를 이은 <뉴스룸>에서 뉴스의 가짓수는 줄이고 각 꼭지당 할애되는 시간은 늘렸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방송계의 관행으로 굳어진 1분 30초짜리 나열식 뉴스 구성을 탈피한 파격적 변화라 할 수 있다. 1분 30초라는 뉴스 구성을 택하는 이상 뉴스 프로그램은 단편적인 사실관계를 수박 겉핥듯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손석희는 <뉴스9>를 개편하며 3분에서 길게는 10분 동안을 앵커와 취재기자 간의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사건의 전후 맥락과 배경까지 다룰 수 있어 시청자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다.

손석희는 방송계의 또 다른 관행이었던 기자 출연시의 ‘약속 대련’을 없앴다. 약속 대련이란 앵커와 기자 간에 미리 준비된 질문과 대답만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약속 대련을 없애면 앵커로부터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모르는 만큼 기자가 다방면으로 취재하고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실제로 손석희는 “내가 기자 출연할 때 약속대련 안한다고 했더니 취재량도 엄청 늘었다”고 언급했다.

3) 새로운 플랫폼의 개척

손석희는 2013년 10월 21일부터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뉴스9>(현 <뉴스룸>)을 실시간으로 동시방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존 다시보기 서비스 외에 프로그램 전체의 음원만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뉴스 프로그램 전체에 대해 AOD(Audio On Demand)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방송사 중 JTBC가 최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월 3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에 맞춰 콘텐츠를 재가공하거나 아예 모바일용으로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이처럼 다른 플랫폼에서도 뉴스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존의 고정된 플랫폼을 무너뜨리고 접근가능성을 온라인 전체로 확장하는 혁신적인 시도이다. 집계되는 시청률에 손해가 될 위험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프로그램을 알리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체를 다양화한 것이다. 이는 종합편성채널이라는 특성상 지상파 방송에 비해 접근성에서 불리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특히 TV 방송보다는 PC나 모바일을 통한 다시보기나 팟캐스트 방송을 선호하는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청률의 가시적 감소 문제도 통합시청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해결될 수 있다. 통합시청률이란 본방송에 대한 피플미터 조사뿐만 아니라 N스크린, VOD(Video On Demand) 등을 통한 시청시간까지 포함하여 시청률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뉴스9>은 팟캐스트에 업로드된 뒤 곧바로 국내 팟캐스트 1위에 올라갔으며, 2015년 11월 1일 현재에도 아이튠즈 팟캐스트 ‘뉴스 및 정치’ 부문에서 <뉴스룸>이 6위, <보고합니다! 5시 정치부회의>가 29위이고, 팟빵 팟캐스트 ‘뉴스 및 정치’ 부문에서 <뉴스룸>이 16위, <보고합니다! 5시 정치부회의>가 53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러한 플랫폼 다양화의 효과는 통합시청률의 본격적 도입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통합시청률 시범조사 중간보고서에서 JTBC가 기존 시청률 조사에서 종편 중 1위로 나타났던 TV조선을 제치고 1위로 집계된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5. 사람들과의 관계

리더십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을 지휘하고 인도하는 것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석희는 평소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프로답지 않은 일처리는 엄격하게 비판하는 편이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 진행 당시 간혹 제작진의 준비가 소홀한 일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업무 관계로 화를 내더라도 상대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뒤끝이 없다는 점이 업무성과를 중시하면서도 대인관계 또한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시선집중> 때 출연한 외부인사가 진행상 문제가 생겨 손석희가 제작진에게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가 잠시 후 서로 농담하는 것을 보고 더 당황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손석희의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했음은 손석희가 <시선집중>을 끝내고 JTBC로 옮길 때 <시선집중>의 작가들이 모두 손석희를 따라 JTBC로 왔다는 사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Ⅲ. 손석희 리더십에 따른 조직성과

1. JTBC 보도총괄 조직의 성과

손석희 영입 이후 JTBC 보도총괄 조직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로, 손석희가 앵커로 직접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인 JTBC <뉴스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올해 10월 3일 <시사IN>이 진행한 언론 분야 신뢰도 조사에서 JTBC <뉴스룸>은 15.3%로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단독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KBS <뉴스9>으로 14.7%였다. 2014년 조사에서도 JTBC <뉴스9>(현 <뉴스룸>)은 KBS <뉴스9>과 함께 13.9%로 공동 1위에 올랐다.

둘째, JTBC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빠르게 상승하였다. 지난 10월 3일 <시사IN>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매체를 주관식으로 두 가지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KBS(21.5%)에 이어 JTBC(11.3%)를 2위로 들었다. 불신도 조사에서도 JTBC는 1.1%에 그쳐 신뢰는 높고 불신은 낮은 매체로 분류되었다. 2013년까지 JTBC에 대한 신뢰도는 상위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는 점을 볼 때 2014년부터의 JTBC에 대한 급격한 신뢰도 상승은 손석희와 그가 이끄는 보도총괄 조직이 가져온 성과로 볼 수 있다.

매체 신뢰도

(고제규. “2030 세대, ‘신뢰하는 언론 1위는 JTBC’”. 『시사IN Live』, 2015.10.03.)

매체 신뢰도

셋째, 특히 2014년 세월호 사태 보도와 관련하여 많은 상을 수여받았다. 지난 2월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연속 보도를 취재한 JTBC 특별취재팀은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46년째를 맞는 한국기자상 시상에서 대상은 그동안 일곱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특별취재팀은 또한 2014년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과 2014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수상은 세월호 현장의 비극을 생생히 알리고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보도를 하기 위해 직접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일선 기자들과 고생을 함께 나누며 보도 현장을 지휘한 손석희의 리더십의 성과라 할 수 있다.

2. 조직성과에 미친 손석희의 영향력

1) 리더십 행동

‘리더십 행동’이란 리더가 조직성과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력을 말한다. 리더가 지향해야 할 행동은 Consistency, Competency, Care 등 ‘3C’로 나타낼 수 있다. 첫째, Consistency(일관성) 측면에서 손석희는 ‘정론의 저널리즘’, ‘진실된 보도’를 궁극적 목표로 하고 그에 일관되게 행동해 왔다. 공정하고 균형잡힌 보도를 지향하고 프로답지 못한 일처리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지적하는 태도가 그 예이다.

둘째, Competency(역량) 측면에서 손석희는 식견과 오랜 경험으로 형성된 높은 역량으로 조직을 이끌어 왔다. 그는 <뉴스룸> 프로그램에서 앵커로서 모든 보도를 총괄하며, 갑작스러운 속보 등으로 미리 짜놓은 큐시트가 어그러지는 경우에도 빠르게 뉴스를 재배치하는 등 높은 역량과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셋째, Care(관심, 배려) 측면에서 손석희는 일선 기자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의 노력과 성과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등 구성원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관심과 배려를 보인다. 한 예로 지난 10월 3일 손석희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뉴스룸>이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1위에 오른 것에 대하여 모든 공로를 보도국 구성원들에게로 돌렸다. 이러한 태도는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조직 몰입을 이끄는 중요한 리더십 행동이 된다.

2) 조직의 운영체계

리더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조직구조의 재설계를 통해서도 조직 성과 향상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보도총괄 조직의 운영체계에 있어서 손석희가 가져온 대표적인 혁신은 편집회의의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방송사의 편집회의는 상의하달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30분 정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JTBC 보도총괄 조직의 편집회의는 사장인 손석희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스스럼없이 제기될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회의 시간도 1시간 이상으로 매우 긴 편이다. 구성원들은 이 편집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 구성원과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하게 된다.

3) 위기관리

조직에는 언제든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여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손석희 부임 이후 JTBC 보도총괄 조직의 가장 대표적인 위기는 세월호 사태 초기에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의 실수라 할 수 있다. 당시 박진규 기자는 구조된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친구가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있나”는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학생은 “아니요. 못 들었어요”라고 말한 뒤 울음을 터트렸고, 이에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인터뷰로 사고 학생에게 심리적 상처를 주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손석희는 즉각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직접 사과하였다. 책임을 당해 기자 한 사람에게만 떠넘기고 ‘꼬리 자르기’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당해 기자가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변화시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리더인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그는 말뿐인 사과에서 그치지 않고 후일 실종자 가족과의 인터뷰 중 추가 사망자 확인 속보가 나오자 이를 자막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지시하는 등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손석희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개선의 노력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포함한 사회 전체에 받아들여졌으며, 곧 JTBC는 유가족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언론 매체가 되었다. 조직 내부에서도 손석희의 리더십이 잘못을 저지른 기자는 물론 다른 구성원들에게까지 감동과 신뢰를 주었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세월호 특별취재진이 장기간에 걸쳐 깊이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손석희의 이 같은 책임 있는 리더십의 영향력이 컸을 것이다.

Ⅳ. 손석희 리더십과 조직문화

1. JTBC 보도총괄 조직의 문화

Quinn과 Kimberly(1984)의 조직문화 유형분류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환경변화의 정도’와 ‘조직의 전략적 초점’의 두 차원에 따라 집단문화, 발전문화, 위계문화, 합리문화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구 분조직의 전략적 초점
내부지향적외부지향적
환경변화의 정도동태적집단문화Group Culture발전문화Developmental Culture
안정적위계문화Hierarchy Culture합리문화Rational Culture

인터뷰 등 보도자료들을 통해 볼 때 JTBC 보도총괄 조직의 문화는 ‘집단문화’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JTBC 보도총괄 조직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동태적인 환경에 해당하며, 전략적 초점 차원에서 볼 때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열정, 구성원 간 참여 등 조직 내부적 요소가 가장 강조되는 것으로 보여 집단문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취재기자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고 의사결정과 행동을 신속히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아 ‘발전문화’의 특성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 조직문화 형성에 미친 손석희의 영향력

JTBC 보도총괄 조직의 문화가 집단문화 및 발전문화의 특성을 강하게 지니게 된 데에는 손석희의 영향력이 크다. 손석희는 조직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동태적인 것으로 인식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폰 보급의 급격한 확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뉴스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모바일 이용도가 높아졌음을 포착하고 이에 발맞춰 앵커 시스템을 개편하고 뉴스 구성을 바꾸며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등의 전략을 시행하였다.

JTBC 보도총괄 조직이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략적 초점을 둔 것 역시 손석희의 인간적 리더십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손석희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높았으며, 구성원들을 인간적으로 배려하고, 수평적이고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Ⅴ. 손석희 리더십의 장점과 한계

1. 장점: 신뢰의 형성

손석희 리더십의 가장 큰 장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신뢰’라 할 수 있다. 그가 가져온 모든 조직성과는 신뢰에 기반해서 이루어졌다. 손석희 리더십은 조직 내부 구성원들로부터의 신뢰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손석희의 리더십은 ‘바른 길’로 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리더십이다. 그는 조직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즉 특정 정치성향이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본래적 의미의 정론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언론이 공익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실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는 그의 태도는 감동과 신뢰를 준다.

그의 JTBC행이 결정되었을 때 아무리 손석희라도 거대 자본인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며 ‘신뢰의 아이콘’이던 손석희의 추락이 나타나리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삼성 반도체 피해자 문제 또한 중요하게 보도하면서 “팩트가 있다면 다룬다”는 자신의 신념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손석희가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는 그의 영향력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다.

2. 한계: 소규모 조직에 적합한 리더십 형태

손석희 리더십은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 그의 리더십이 구성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합의를 이끌어내고 조직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31일을 기준으로 JTBC는 임원 9명, 직원 292명으로 총 301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손석희가 담당하는 보도총괄 조직이 크지 않은 규모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보도총괄의 하부조직은 3국 11부로, KBS(5국 31실), MBC(4국 24실) 등에 비해 작은 규모이다. JTBC가 성장하여 조직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 손석희의 리더십이 지금처럼 잘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된다.

이 외에도 손석희가 중앙일보나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인 권한을 지니는 것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나 중앙일보 출신 구성원들과의 마찰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으나 손석희는 인터뷰를 통해 그러한 주장들이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Ⅵ. JTBC 보도총괄 조직의 환경분석과 발전방향

1. SWOT 분석을 통한 조직 내·외부 환경분석

SWOT 분석은 하나의 분석단위를 중심으로 조직의 외부환경을 분석하여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찾아내고, 조직 내부를 분석하여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요인을 찾아내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되었다. 이 분석은 조직 자체의 특징과 조직이 처한 환경을 연계시켜 종합적으로 분석하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개념적 도구이다. SW와 OT의 조합에 따른 전략 유형은 다음과 같다.

 구 분강점(S)약점(W)
기회(O)SO전략공격적 전략: 강점을 가지고 기회를 살리는 전략WO전략방향전환전략: 약점을 보완하여 기회를 살리는 전략
위협(T)ST전략다양화 전략: 강점을 가지고 위협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는 전략WT전략방어적 전략: 약점을 보완하면서 위협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는 전략
(유민봉, 2012)

JTBC 보도총괄 조직에 대하여 SWOT 분석을 하면 첫째, 강점(Strength) 요인으로는 손석희의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높은 역량, 구성원들의 강한 응집성과 팀워크 등이 있다.

둘째, 약점(Weakness) 요인에는 보도윤리 문제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월호 사태 보도 초기의 기자의 잘못된 태도 외에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 방송 보도나 공중파의 지방선거 출구조사 방송 인용보도 등이 있다.

셋째, 기회(Opportunity) 요인에는 JTBC 보도에 대한 긍정적 여론과 JTBC 대표의 강한 지지 등이 있다. 김수길 JTBC 대표는 손석희 사장에 대해 “외압이 들어오더라도 절대 경질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넷째, 위협(Threat) 요인은 법령 준수와 관련하여 JTBC 보도총괄 조직에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가 들이대어진다는 점이다. 2013년 11월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부문소위원회는 <뉴스9>을 중징계에 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11월 5일자 보도 중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소식과 관련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당히 훼손했다는 이유이다. 또한 2015년 5월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룸>에 대해 2014년 <뉴스9> 당시 다이빙벨과 관련하여 부정확한 정보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이유로 중징계처분을 하였다. 이러한 징계에 대한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JTBC에 대해 과도한 징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다이빙벨 관련 중징계처분은 이후 서울행정법원에서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징계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2. 발전방향의 제시

위의 SWOT 분석에 기초할 때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보도총괄 조직의 발전 방향은 SO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내부 환경에서 약점이 분명 존재하나 그것이 ‘정론의 저널리즘’이라는 비전과 ‘팩트, 공정, 균형, 그리고 품위를 기본 전제로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 편에 서는 것’이라는 조직 목표를 해치거나 조직의 근간을 흔들 만큼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로, 외부 환경에서 위협 요인은 소신 있는 보도를 계속해나가는 데 대한 부담 및 비용을 가중시킬 수 있으나 이 위협을 회피하려면 ‘정론의 저널리즘’이라는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보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손석희 리더십의 강력한 영향력의 원천은 국민과 팔로워들의 신뢰이며, 그 신뢰는 언론의 기본 원칙을 고수하는 손석희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이를 저버리는 것은 오히려 조직을 근본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또한 기회 요인이 매우 뚜렷하고 강하므로 위협 요인을 감수하고 기회 요인을 살리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보도총괄 조직에 있어서 SO전략은 국민들의 신뢰와 대표의 지지에 힘입어 외압에 굴하지 않고 리더십과 조직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공정한 보도를 계속하는 것으로, 사실상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Ⅶ. 결론: 손석희 리더십의 성과가 지닌 함의

손석희의 리더십은 언론의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성찰해보게 한다. 손석희는 이윤이나 명예가 아니라 진실 그대로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라는 언론의 근본적 역할에 충실하는 것을 조직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실천하였다. 구성원들의 팔로워십이나 JTBC 보도에 대한 높은 신뢰, 각종 수상 등 손석희가 보인 여러 성과들은 그의 원칙을 지키는 태도에 따르는 부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직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주는 리더십, 나아가 사회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리더십은 원칙을 지키는 올곧은 자세와 개방적 태도에서 나옴을 손석희를 통해 알 수 있다.

손석희 – 나무위키 (namu.wiki)

21. 손석희의 리더쉽 분석 – Could be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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