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쉽 분석
Ⅰ 서론
독일의 수상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2015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순위에서 1위로 선정되었을 만큼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여성정치가이다. 그녀는 2005년 총선에서 기민당의 대표로서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이끌어내며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으로서 독일총리에 당선되었다. 그녀는 반대 입장에 서있던 진보정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총리직을 시작했고, 전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도 그대로 이어갔다. 메르켈 수상은 특유의 정치적 리더십으로 ‘독일병’이라 불리는 독일의 경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였고, 그 결과 2010년 선거에서 압승하여 또 다시 수상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3년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승리해 수상직을 세 번째 맡게 되었다. 한 나라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대단한 일임에도 3선에 성공한 것에는 그녀의 리더십이 국가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리더십을 분석하기 전, 정치 지도자의 환경과 정계입문과정은 지도자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녀의 정책과 정치적 리더십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향후 독일의 정계 전망을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도자의 리더십과 비교한다.
Ⅱ 본론
1. 성장배경
메르켈은 1954년 7월 서독 함부르크에서 출생했고 석 달 만에 동독으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루터교의 목사였고 어머니는 영어교사였다. 메르켈은 수학과 과학에 재능을 보여 물리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1977년 학교 동료였던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했다. 그녀는 울리히 메르켈과 이혼 후 재혼했지만, 특이한 점은 재혼 후에도 메르켈이라는 성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르켈은 서로 대립적인 두 환경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는데, 사회주의 사회에서 목사의 가족으로 살았다는 배경은 동독 출신임에도 동독 사람의 기질과 사고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향을 뒷받침해준다.
그녀는 매우 현실적이고 말보다는 실제적인 것을 추구하며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우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사찰과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동독이라는 억압된 체계에서 자라왔기 때문인지 동료 정치인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터놓는 것을 주저하는 점도 있었다. 당시 동독의 억압적 환경은 후에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와 미국과 시장경제를 선호하는데 일조하고, 그녀의 정치적 신념이 굳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이루어진 통일은 메르켈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를 처음 정계로 이끈 사람은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로타 드 메지에르(Lothar de Maiziere)이다. 그가 메르켈의 정치적인 자질과 능력을 눈여겨보았고, 당시 독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의 적절한 조화가 그녀가 정계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통일 직후 내적 통합을 이루기 위하여 그는 메르켈을 1991년에 연방여성청소년부 장관에 임명하였고, 1994년에는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하였다. 메르켈은 물리학자 출신이었기에 그 지식과 경력을 기반으로 ‘교토의정서’합의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정치적 기반이 약한 동독 출신의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당 최로의 여성 사무총장으로 지명되었다. 2004년 당대표로 선출된 메르켈은 조기 총선과 연방하원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두 번째 구성된 대연정의 수상으로 선출되었다.
메르켈의 정치적 입문과 성장은 통일 직후의 독일의 상황과 메르켈 특유의 냉철한 판단력, 권력에 대한 집념이 적절하게 조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치적 경험이 적고 남성의 지배적 분위기가 강한 독일 정계에서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마련하고 수상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치 지도자로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한 리더십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그녀는 동독출신의 여성 정치인에 대한 동독인과 여성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정책을 만든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동독인과 여성, 어느 쪽에도 인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역감정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의 지지를 받지 않고도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2.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 분석
(1) 장점
독일 보수정당의 당대표로서 독일정부의 수상으로 선출된 앙겔라 메르켈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용주의적이라는 평가가 항상 따라 다닌다. 메르켈이 3선 총리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그녀만의 리더십 철학과 상황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그녀가 상황을 바라보는 접근방법이 있을 것이다.
‘메르켈리즘’이라는 단어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을 이르는 말로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을 가진 정책을 펴는 ‘엄마의 리더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의 가장 큰 특징은 첨예한 갈등을 진정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인데, 양극단의 주장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화합을 이끌어내고 합의에 기초한 통치 스타일의 기반이 된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의 정치적 리더십은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처리즘과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처 전 총리가 비타협 강경 노선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메르켈 총리는 통일 독일의 화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대처 전 총리가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타협 없이 강하게 대응한 반면, 메르켈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화합형 지도자,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무절제한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녀는 모든 일에 원칙을 철저히 강조하면서도 토론과 타협을 통해 얽힌 부분을 해결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연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새 정권이 들어서면 기존의 정책이 아닌 새로운 정책을 펼치려는 경우가 많은데, 메르켈은 기존 정책이더라도 그 정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이어간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여 아베에게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준 아시아 주변국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린 것으로만 보아도 그녀를 이끄는 핵심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메르켈의 리더십인 메르켈리즘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그 특징을 알아볼 수 있다.
기독교 민주당(여당) 대표이지만, 반대 야당의 정책을 인정하며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적인 자세‘.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자신의 공적을 겸손하게 자신과 총선에서 맞붙었던 상대인 슈뢰더 전 총리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한 자세‘
평소 원자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원자력을 고집해 왔던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유연한 자세‘
덮어두고 싶은 독일 국민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내고 독일 사회가 침묵해 온 이민자에 대한 테러인 ‘나치범죄’의 역사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대인배적인 모습’
이러한 모습들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도자로서 메르켈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1996년 환경부 장관 시절, 그녀는 1986년에 원자력 폭발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의 옛 도시 체르노빌에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제일 먼저 폭발 사고 피해자들이 있는 아동병원에 방문했는데, 이 때 메르켈을 취재하기 위해 따라다니던 기자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 지역을 방문했음에도 기념 촬영이나 보도기사를 위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기자들과 인터뷰는커녕 촬영도 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10대 소녀와 대화만 하고 갔다고 하는데, 이는 정말 우리나라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점이다. 지난 세월호 사건 당시 정치인이 관광지를 간 것 마냥 사진을 찍은 것에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메르켈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마음이 아니라 단순히 보여주기를 위한 방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메르켈은 최초의 여성 총리임에도, 여성의 편에 서서 여성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공개적으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여성과 관련된 사회문제 중 가장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모휴직수당’ 제도를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부모휴직수당 제도란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 한해 육아를 위한 휴직 기간 동안 월급의 67%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한마디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육아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여성을 배려하여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메르켈이 가진 또 다른 덕목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이다. 2002년 기민당의 당수로 있던 메르켈은 여성 총리를 반기지 않는 당 분위기에 맞추어 총리 후보 자리를 다른 남성 정치인에게 넘겨주며 총리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는 ‘아름다운 양보’라며 당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2005년 총선에서 그녀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다준다. 이는 그녀가 당 내부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7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배경이다.
(2) 단점
-난민 문제에 대한 냉정한 대응
메르켈은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7월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잘살기’라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곳에서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 출신으로 망명 허가를 받지 못한 소녀의 강제 추방을 막아달라는 사연을 듣고서도 “수천 명의 난민이 전부 독일에 올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고, 소녀는 이에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총리가 소녀를 위로했지만, 국민들에게 차갑고 동정심이 없으며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과는 반대로 독일은 유럽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시리아 망명자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재 독일인구의 1%에 해당하는 약 80만명의 난민이 올해 독일로 유입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난민 수용 이후 메르켈 총리는 독일 보수주의자들로부터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지만, 메르켈은 난민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메르켈 총기의 난민 정책에 독일 국민의 59%가 잘못됐다고 투표한 사례도 있듯이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독일 내 반난민 정서가 확산되어 여론이 좋지 못함에도 정책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난민 정책에 관한 조정 과정이 앞으로 그녀의 정치적 행보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 대한 메르켈의 강경반응
또한, 지난 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재정악화로 디폴트 위기에 몰린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합의하였다. 독일의 분담금이 27%로 가장 많고, 다른 유로존 국가의 승인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독일의 표결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메르켈은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국내 여론뿐만 아니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또한 유로존을 지원할 수 없다는 당론을 따르지 않고 그리스에 대한 구제 금융을 선택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이후, 메르켈 총리를 향해 국외에서는 ‘유로존 탈퇴’를 무기로 그리스를 협박한 것이며, 구제금융은 그리스 국민들의 기를 꺾고, 그리스 좌파 정권을 처벌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를 영화 <양들의 침묵> 속 식인종 한니발렉터에 빗대 유렵연합을 먹어치우는 ‘앙겔라렉터’로 묘사한 만평도 퍼지고 있다. 국외의 비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의 당선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국내외 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올랑드 대통령과 유로존 패권을 가지고 불필요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는 주장과 함께 독일의 상황을 의식해 끝까지 강경한 입장만을 고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Ⅲ 결론 및 발전방향
독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의 정치적 지도자가 당선 후에 내린 첫 정책 결정이 향후 그의 임기기간 동안의 가치관이나 정책 결정 방향을 보여준다. 메르켈의 경우에는 사회적 연대감과 정의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다. 중점 사항에 기반하여 메르켈 정부가 매우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번 독일의 대연정은 여러 의미에서 중요하다. 기존의 독일 내 정당구조의 변화와 다른 소수정당도 향후 정치적 관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대연정의 유지와 성과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고, 메르켈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정치의 미래와 관련하여 보자면 동독 출신의 여성인 앙겔라 메르켈이 독일의 총리가 됨으로써 남성중심의 독일정치에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행하는 정치적 리더십인 ‘메르켈리즘’은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난민 수용문제와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된 사건들을 통하여 그녀의 원칙주의자적인 면모를 잘 살펴볼 수 있는데, 때로는 자신의 원칙을 굽히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지나치게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여 일을 강하게 추진하는 추진력이 아닌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일을 추진하는 것이 그녀가 독일의 정치적 지도자로서 더욱 독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유럽의 중심국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총리가 여성이며, 심지어 3선에 성공했다는 것은 같은 여성대통령을 가진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비슷한 나이, 오랜 정치적 경험, 보수주의적 성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리더십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확연히 다른 리더십을 보인다. 특히 공약을 이행함에 있어 차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일단 메르켈수상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불의에 타협한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이전의 세월호 사건과 비자금 조성사건 등을 고려한다면 메르켈 총리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정책을 집행할 때에도 메르켈은 바르지 못한 것에는 단호했고, 정직했다.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파 가르기, 국회의원들의 부정적인 로비 등을 통하여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실리를 찾기 위해 정책안을 통과시키고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3선 성공과 국민들의 높은 만족도에 근거하여 그를 가늠한다고 하면 미래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