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서론
블라디미르 푸틴은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이자, 전직 러시아 총리, 그리고 총리 이전 대통령을 두 차례 중임한 바 있는 이른바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다. 푸틴은 2015년 타임지 및 전문 경제 잡지인 포브스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틴이 러시아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정 부분 러시아의 국력과 군사력이 그의 권력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푸틴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영향력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의 영향력은 푸틴이라는 개인이 가지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러시아의 군사력을 십분 활용하는 푸틴의 저돌적, 적극적인 마이웨이식 리더십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마이웨이식 리더십은 소위 푸티니즘이라고 불리며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지나친 독재라고 보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푸틴은 소련연방의 해체 이후 침체되어가는 러시아의 경제를 되살린 영웅 또는 국제사회에서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푸틴에 대한 평가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푸틴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러시아는 없었을 거라고 혹자는 말한다. 러시아를 지금의 강국으로 만든 블라디미르 푸틴, 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 영웅일수도, 독재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가 되었던 간에 푸틴이 가지는 영향력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의 독재에 가까운 리더십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가 세계를 이끄는 리더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도 역시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리더로서의 푸틴에 초점을 맞춰, 그의 리더십을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 에 근거해 전격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SWOT 분석
1. Streng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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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추진력과 카리스마
먼저, 푸틴이 왜 러시아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지 그 연혁을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푸틴의 리더십을 살펴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리더십과 상당히 유사한 면모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푸틴 본인 역시 자신의 롤 모델을 박정희 대통령으로 뽑고 있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행한 과감성 있는 경제 정책에 깊은 관심을 표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역시 경제 정책에서 과감성 있는 결정 등을 내리며 러시아의 침체되어가는 경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푸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러시아 경제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푸틴은 실용주의 리더십을 표방하며 서방이 반대하는 에너지 산업의 국유화를 과감하게 추진했고, 이를 통해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에 맞설 강력한 힘을 지닌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했다. 이 때, 자신의 주관대로 밀어붙이는 푸틴의 마이웨이식 리더십이 빛을 발했음은 물론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아직도 회자되며 그 시대를 살아가셨던 분들에 의해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걸 보면 푸틴을 향한 러시아 국민들의 열성적이고 압도적인 지지 역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푸틴의 강한 카리스마는 러시아의 최고 재벌들에게 있어서도 예외 없이 발휘된다. 푸틴의 카리스마를 잘 나타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푸틴이 총리로 있던 시절, 푸틴은 피칼료보 알루미늄 생산공단을 찾았다. 피칼료보 공단은 당시 불황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근로자들이 임금을 체불당해 도로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푸틴은 지방관리와 공장주들을 모아놓고 입을 열었다.
“내가 온다니까 왜 바퀴벌레들처럼 허둥댑니까? 결정할 사람이 왜 한 명도 없는 겁니까?” 공장주 가운데는 재산이 30조원으로 작년까지 러시아 재벌 순위 1위였던 올렉 데리파스카도 포함돼 있었다. 푸틴은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여기에 당신의 서명이 안 보이는군요. 이리 와서 서명하세요.” 라고 명령했고, 데리파스카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푸틴 앞으로 나아가 공장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어 푸틴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면서 체불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공장을 국유화해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푸틴의 말은 간결하면서도 강한 협박성 어조를 내포하고 있었다. “여러분이 해결하지 않는다면 여러분 없이 해결할 겁니다. 잘 해보세요.” 푸틴의 중재에 의해 체불임금을 받게 된 근로자들은 환호했지만 재벌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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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리더십
경제적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푸틴은 외교적인 분야에서 역시 일관적이고 강단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푸틴은 테러와의 타협은 없다는 신조를 내세우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모스크바 극장 인질테러사건, 베슬란 학교 인질테러사건, 러시아 외교관 살해사건과 같은 체첸테러에 대해 푸틴은 무력진압을 강행하여 강경하게 대응했다. 나아가 푸틴은 체첸테러 세력과 전쟁도 불사했다.
이에 따라 체첸 테러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보복성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에 동요치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푸틴은 이른 바 제 2차 체첸전쟁에서 승리하며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었고, 이는 그가 훗날 대통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되게 된다. 이렇듯 자신이 한 번 결정한 것에 대해서 강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마치 불도저처럼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그의 리더십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직접적인 외교전에 있어서도 푸틴은 미국과 대등한 외교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집권초기 푸틴은 그동안 미국 주도의 국제 외교무대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평양을 전격 방문한 뒤 북한의 미사일개발 포기 의사를 전해 전세계가 그를 주목하게 했으며, 신유고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사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동사태에도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푸틴은 집권 초기부터 전세계가 자신을 주목하게 만드는 카리스마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그의 집권이 안정되었을 시기에도 푸틴은 여전히 카리스마를 뽐내며 러시아 주도의 무대를 이끌었다. 2008년 8월 20일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는 미국과 폴란드의 협정을 무효화시킨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이 협정은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10기를 폴란드에 배치한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폴란드 의회의 승인만을 앞둔 상황에서 푸틴은 군사적 의지를 표명하며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는 행동은 무기경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외교적 대응만으로 대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냉전을 의미하는 러시아의 강력한 대응에 미국은 결국 꼬리를 내렸고, 미국의 폴란드 MD 라인 계획은 무산되었다.
최근 2014년 있었던 러시아의 크림반도 동부 합병 역시,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푸틴의 공격적 행보를 보여준다. 국제적으로 강한 반발이 있었으나, 푸틴은 사태가 전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 하에 합병을 밀어붙였다. 서방의 반발과 국제적 고립에 굴하지 않고 크림반도 동부를 러시아의 영토로 끌어들인 푸틴의 강력한 추진력은 그의 리더십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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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말하는 실천력
푸틴의 강한 대외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쇼맨십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명성이 자자하다. 푸틴이 사격과 유도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푸틴은 총리 시절 대선을 앞두고, 멸종위기에 처한 쇠고래의 보존을 위해 직접 고래 피부 채취에 나섰다. 이 때 그는 석궁을 들고 태평양을 질주하는 고무보트 위에서 과감히 포즈를 취했다. 이는 그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한층 극대화했다. 푸틴은 언론을 동원해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도 연출했는데, 동행한 TV 뉴스에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의 위대함만큼 자연을 존중한다고 말하며 고유의 마초적 이미지와 상극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외에도 시베리아 호랑이, 북금곰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푸틴이 직접 돌보는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그가 단순히 말뿐인 리더가 아니 실천적 리더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대형화제가 나서 17명이 사망하고 468명이 부상을 입었을 때, 푸틴은 헬기 부조종석에 앉아 직접 화재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이 때 현장에서 “피해자들 집 세우고, 복구하는데 절대 예산을 아끼지 마라. 그리고 모든 복구 현장에는 CCTV를 설치해 전 국민이 복구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며, 내 집무실에 그리고 집에 2개의 모니터를 달아놔 내가 복구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하라.” 라고 말하며 국민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푸틴은 강한 리더십의 전형 속에 감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남겨놓는다. 그게 의도되었던 것이던 아니던 간에 이 또한 푸틴의 리더십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 Wea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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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푸틴의 리더십은 좋게 말하면 불도저 리더십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독재 그 자체다. 일각에서는 푸틴을 독재자의 전형인 히틀러와 동일시하여 보기도 한다. 푸틴은 그의 압도적 카리스마에 반한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청년친위대 ‘나시’ 라고 일컫는다. 이 조직 역시 소련 시절 공산당의 청년조직(콤소몰)이나 중국 문화혁명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의 홍위병에 비유되며 강하게 비난받고 있다. 푸틴의 독재자적 면모는 과감한 정적제거를 통해 극대화된다. 위에서 푸틴 리더십의 강점으로 재벌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언급했었다. 이는 분명 리더십의 강점이라 볼 수 있겠으나, 과도한 권력을 이용한 정적제거는 더 이상 리더십의 사례가 아닌 독재에 불과하다.
푸틴에게 반기를 든 재벌들은 모두 몰락했다. 대표적인 예로 유코스 사태로 인해 파경을 맞이한 유코스 사의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이 있다. 유코스 사는 한 때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의 20%,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2%를 담당하는 러시아 최대의 민간기업이자 석유회사였다. 그러나 2002년 유코스 사의 경영자인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은 푸틴과 날 선 설전을 벌였고 이후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은 사기 및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유코스 사는 세금 체납을 이유로 천문학적인 액수인 275억 달러를 추징당했고 결국 2004년 11월 핵심 회사였던 유간스크네프트 가스가 국영 석유회사 가즈프롬과 로스네프티에게 89억의 헐값에 매각되어 유코스는 사실상 파산하였다. 현재 그는 9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지만 지난 5일 돈세탁 혐의까지 추가돼 가중 처벌될 예정이다. 호도르코프스키를 비롯하여 많은 정적들이 권력적으로 제거당했다. 옐친의 측근이자 당시 최대 재벌이었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영국으로 망명했다. 모스트 그룹 회장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는 이스라엘로 망명했으며,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을 소유했던 알렉산더 스몰렌스키도 몰락했다. 또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의 최고경영자(CEO) 렘 비야키레브는 2001년 가즈프롬에서 축출됐다. 미하일 프리드만 알파그룹 회장, 블라디미르 포타닌 오넥심방크 회장 등 푸틴에 충성을 바친 기존 재벌들은 옐친 때보다 오히려 재산을 더 불렸다.
독재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극단적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푸틴이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권위적, 통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 그는 독재자라는 수식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세계는 정치․ 경제를 책임지고 조율할 뚜렷한 1등 리더가 부재한 G0(제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 속에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닌 문화적 가치를 아우르는 통섭의 리더십이다. 푸틴의 독선적 리더십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리더십이며, 언젠가는 도태되어질 리더십이다. 이는 역사가 말해준다. 푸틴의 리더십이 변화하지 않는 한 그는 리더가 될지언정 1등 리더는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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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는 경제
푸틴은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러시아의 경제를 살린 장본인으로 평가받지만,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 푸틴은 처음 그가 권력을 가지게 되었던 그 때처럼 다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국력과 경제는 석유자원과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석유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이는 지금 세대에는 아닐지 몰라도 언젠간 끝이 나기 마련이다. 러시아가 미래에도 국제사회에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면 산업 경쟁력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푸틴은 석유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산업 경쟁력 개발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나, 푸틴의 리더십이 애초에 경제적 부흥으로 인한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성사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떠한 형태로의 경제적 실패는 푸틴의 리더십에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Opportunity
푸틴은 운이 좋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대를 잘 타고났다. 옐친 대통령의 건가이 악화되면서 푸틴이 대통령 대리를 하게 된 것부터 굉장히 운이 좋았다. 또 그가 집권했던 당시 러시아는 시대적으로 혼란스러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푸틴의 리더십은 한층 더 부각될 수 있었다. 그의 집권 당시 러시아 최대의 수출품인 석유의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98년 외환위기로 인해 루블화가 폭락해 러시아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점 역시 러시아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다.
그럼에도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경제 활성화를 전적으로 푸틴의 공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푸틴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의 푸틴은 운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푸틴은 아직 현직 대통령이므로 과거 뿐 아니라 현재 그가 가지는 기회요인들을 잘 파악하는 것 역시 과거의 기회요인을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푸틴이 현재 가지는 기회요인으로는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푸틴은 장기집권과 독재라고 치부될 수 있는 행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 국민들의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은 그가 지금껏 보여준 직무수행에 대해서 러시아 국민들이 만족하고 있으며, 푸틴이 전환기적 러시아를 잘 이끌어왔다고 평가되어지기 때문이다. 몰락하는 제국에서 지금의 강대국으로 러시아를 변모시킨 장본인이 푸틴, 그인 것이다. 국내적으로 푸틴의 맞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기회요인이다. 국민들의 변덕은 상당하다. 옐친 대통령이 집권 초반 ‘민주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엄청난 지지를 받았지만 퇴임 전 그의 지지도가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푸틴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은 푸틴의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국민들로서는 푸틴을 한 번 더 믿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반강제적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두 번째 기회요인은 푸틴이 가지는 국제적 영향력이다. 푸틴은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되었을 만큼 현재 파워가 막강하다. 그의 영향력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경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러시아의 국력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그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푸틴은 아직 현직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명 평가는 갈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그에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기회가 있다는 것, 이것이 마지막 기회요인이자 푸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회요인인 셈이다.
4. Threat
푸틴을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은 부정적이다. 특히, 2014년도 크림반도 동부 합병사건으로 인해 푸틴은 국제적 고립의 위기를 맞이했다. 미국을 선두로 한 서방의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이다. 푸틴은 이에 러시아 법인과 개인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그에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 등의 수입과 관련된 대외활동을 1년 동안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국가안보 보장을 위한 개별 특별경제조치 적용에 관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푸틴은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를 꾀하기 위해 2015년 9월, 중동의 과격파조직 ‘이슬람국가(IS)’ 등과 대항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공동체를 창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서방을 포함한 각국에 과격주의와 싸우는 반(反) 테러 연합 결성을 촉구할 것을 주장했다. 서방과의 관계 개선의 뜻이 담긴 정책의 일환이다. 푸틴의 제스처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푸틴에게 있어서의 또 다른 위협은 자국 내의 반발이다. 대통령 8년, 총리 4년에 이어 다시 6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의 정치적 경제적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도처에서 반 푸틴 시위가 일어났다. 이 시위들의 주체는 지나치게 석유자원에 의존한 경제체제 불만을 가진 젊은 30대의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러시아의 자산을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석유자원 외의 산업 경제 개발을 도외시했던 푸틴이 또 한 번의 경제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한다. 반정부 시위는 비단 푸틴의 경제 정책에 대한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만이 아니었다.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이 푸틴의 장기 집권과 선거 부정 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표적 야권 지도자이자 반(反)부패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조직한 시위에는 경찰 추산 4천 명, 주최 측 추산 7천 명이 참가했다. 시위는 지난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의 부정을 규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15년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애국주의가 고조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80%대에 이르고 있는 러시아에선 근 1년 동안 반정부 시위가 열리지 않았었다. 푸틴에 대한 반정부 시위는 푸틴에게도 명암이 드리웠음을 시사한다. 이승만의 독재와 장기집권, 이승만 정권의 하야를 겪은 우리에게 어쩐지 푸틴의 행보는 낯설지만은 않다.
III. 리더십 장단점 분석
앞서, 푸틴 리더십의 강점과 약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살펴보았다. 푸틴 리더십의 강점은 강한 카리스마를 동반한 마이웨이식 리더십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강한 추진력을 가지며, 필요할 시 무력을 동원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이고 열성적이며, 또한 저돌적이다. 그의 리더십은 그가 목표해낸 바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루는데 일조한다. 다소 독재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의 리더십은 강한 러시아의 재건이라는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과감한 경제 정책, 군사적 움직임을 통한 전략적 외교전, 전쟁을 불사하는 테러진압의 사례들은 푸틴의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그의 쇼맨십 역시 대외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한 몫 한다. 방송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는 그는 젊고 적극적이며, 주도적이고 야심만만하다. 푸틴의 정치적 과감성과 미디어 속 그의 강한 이미지는 서로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푸틴을 말 그대로 강한 지도자, 힘(Power) 그 자체의 상징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푸틴이 단순히 군사적 통제 혹은 무력에만 치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푸틴은 국민의 정서를 감지하고 여론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국민의 감정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리더다. 러시아 국민들의 반체첸 감정을 적시에 활용하여 제 2차 체첸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에서 승리하며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국제적으로는 비판을 받았으나,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의 결정에 대해 80퍼의 꾸준한 지지율로 화답했다. 시베리아 벌판에서의 대형화제 사건 때도 푸틴은 직접 화재 진압에 앞장서며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들 앞에 또렷이 각인시켰다. 그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행동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I’m in control.” 현장에서의 그의 존재감은 국민들에게 정서적 안정의 명분을 주었다. 행동으로 말하는 푸틴의 실천적 리더십은 쇼맨십이라고 폄하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푸틴의 노력은 강한 지도자로서의 대외적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이다.
푸틴 리더십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그 리더십이 상당히 독선전이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있으며, 국내인사의 경우 과감히 정적제거를 감행하기도 하여 많은 비난을 사고 있다. 국제적 외교에 있어서도 상당수가 무력을 동원하거나 군사적 움직임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어지고 있는 변혁의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그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리더로의 소양으로 세계가 요구하는 것은 통섭의 리더십이다. 푸틴의 리더십은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국의 정세에 유리한 국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나, 세계를 하나로 동화시킬 수는 없다.
독재적 리더십으로 세계를 군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푸틴 리더십의 단점은 바로 혁신의 부재다. 대외적 이미지 차원에서 강한 모습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석유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과 같이 산업 경쟁력 개발을 도외시한다면 푸틴이 이룩하고자 하는 강한 러시아는 미래 석유 자원이 바닥났을 때 자멸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 방식, 안정적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혁신이 필요한 때다. 러시아 자국민 역시 혁신을 부르짖으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기대치에 부흥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푸틴 그 자신의 몫일 것이다.
IV. 발전방향 및 결론
푸틴 리더십의 발전방향은 이미 SWOT 분석을 통해 답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푸틴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회를 활용하고 위협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리더십의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푸틴이 가지고 있는 기회요인으로는 국민적지지, 국제적 영향력, 현직대통령의 이점 이 세 가지를 언급했었다. 그에게 영향력은 더 이상 쟁취의 대상이 아닌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더 이상의 영향력을 얻고자 한다면 그건 정말 독재로 향하는 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푸틴은 더 이상 그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 욕심내서는 안 된다. 그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는 그가 마주한 두 가지 위협을 ‘혁신’을 통해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경제 정책에 있어서 푸틴은 혁신을 재창조하여야 한다. 석유 자원에 의존하는 러시아의 경제체제서 탈피하여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석유 자원은 언젠간 고갈될 자원이다. 이것은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100퍼센트 검증된 사실이다. 이렇게 자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현상유지를 위한 단기적 대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석유자원이 고갈되었을 때도 러시아는 지금의 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까? 푸틴은 그가 재건하고자 하는 러시아 왕국이 미래에도 그 영향력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반드시 산업 경쟁력 개발에 힘써야 한다. 러시아가 석유자원으로 다른 나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다른 나라보다 더 산업 경쟁력의 개발에 힘써야 할 때다. 경쟁력은 다른 나라보다 앞설 때에만 비로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맞이하게 된 국제적 고립의 위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적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는 위축되었고, 러시아는 국제적 질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과의 화해의 손길이 절실하다. 하지만 강압적인 수단을 통한 화해는 더 큰 화를 야기할 것이다. 이때야말로 푸틴의 전유물인 마이웨이식 리더십에서 탈피하여 통섭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된다. 혁신을 감행하느냐, 아님 전통적 방법을 고수하는냐는 전적으로 푸틴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계기로 푸틴의 리더십과 리더로서의 역량은 재평가되어질 것이다.
푸틴은 12년동안 총리와 대통령으로서 러시아를 이끌어왔으며, 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며 다시 6년 동안 러시아를 이끌어나가게 되었다. 푸틴이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또 다른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의 장기적 집권은 국민들로 하여금 그의 파워 리더십을 다소 식상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그의 리더십에 수긍은 하겠지만 찬사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리더십은 혁신이 필요하다.
그의 리더십에 결여되어 있는, 부드러운 리더십, 통섭의 리더십을 그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만의 이익이 아닌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모두에게 가장 좋은 공존의 길을 도모하고 또 제시해야 한다. 푸틴이 지금껏 쌓아올린 강점들은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항상 그의 강점들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푸틴은 좀 더 과감하고 또 그래서 더 유연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왜 항상 강한 이미지를 고집하는가? 왜 강대국으로서 다른 나라를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푸틴은 그의 한계를 깨부숴야만 한다. 그래야만 독재자라는 타이틀을 탈피하여 모두가 인정하는 글로벌 리더로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