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김성근의 리더쉽 분석

김성근

김성근의 리더쉽 분석

1. 피들러의 상황적 리더십 모델

프로야구단은 프런트, 감독, 선수단으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며 외부 언론과 팬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리더(감독)의 행위, 상황을 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리더십 상황이론으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하고자 한다. 리더십 상황이론 중에서도, 김성근 감독 특유의 성과주의를 잘 분석할 수 있는 피들러의 리더십 상황이론으로 접근하겠다. 피들러의 상황적 리더십 모델에 따르면, 리더십 유형은 과업중심적 리더십과 관계중심적 리더십으로 나뉜다. 김성근 감독은 팀의 성적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과업중심적 리더이다. 과업중심적 리더십은 리더와 부하간의 관계가 좋으면서 직무가 반복적일 때, 또는 직무가 비반복적이고 리더의 권력이 강할 때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과업중심형 리더인 김성근 감독은 리더-부하 관계, 과업 구조, 리더 권력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3가지 측면에서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해 보겠다.

2. 리더-구성원 관계

김성근 감독은 한화 이글스 감독을 맡기 전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스,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등 다양한 팀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감독 생활을 하는 동안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과거 쌍방울 레이더스가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구단 운영이 어려워지자 김성근 감독은 사재를 털어 선수들을 도운 사례, LG 트윈스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퇴출된 다음날 제자들이 찾아와 환갑잔치를 마련해 준 사례 등을 비추어 볼 때,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감독이었음은 틀림없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일본에서 활동할 시절 타격 인스트럭터였던 김성근 감독에게 많은 의지를 했으며,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김성근 감독을 존경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를 표현했다. 한화 이글스에서도 적어도 올해 전반기까지는 선수들이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질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볼 때, 전반기 까지는 리더-구성원 관계가 좋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성적이 담보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야구단의 구성원인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을 믿고 지옥훈련에 몸을 맡겼을 때 성적이 좋았고 선수들은 부와 명예를 얻었다. 이는 리더-구성원 관계가 좋아지는 원동력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길게 선수생활을 하며 막대한 부를 얻는 야구선수는 많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을 따라 짧은 전성기동안 이름을 남기고 높은 연봉을 벌어들이는 것이 선수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리더는 목표로 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고, 구성원은 부와 명예를 쥘 수 있어서 리더와 구성원간의 관계는 좋았다.

하지만 올해 후반기부터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하락하면서 리더-구성원 관계는 이전과 달라졌다. 힘든 훈련과 혹사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직 성적이었지만, 144경기 체제로 바뀐 2015 시즌 매 경기를 총력전으로 치르기엔 선수들의 체력이 남아날 수 없었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결속력이 약해졌고, 결국엔 선수단 내부에서 잡음도 흘러나왔다. 몸에 무리가 없다고 하던 선수들이었지만, 지인들의 SNS를 통해서 ‘힘들다’고 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또한 한 해설가는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김성근 감독에게 불만을 가진 이야기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후에 문제가 없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예전과 같이 공고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후반기에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유는 결국 돈과 관련이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프로야구에 FA제도가 활성화되고,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되었다. 장원준은 특출하지 않은 성적에도 꾸준함을 인정받아 총액 84억원의 FA 계약을 할 수 있었고, 선수들은 체계적인 몸 관리를 통해 롱런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아래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하면 혹사를 당하고, 롱런은 불가능해진다. 아래는 김성근 감독 아래에서 주축 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인데 모두 반짝 어깨를 불태우고 사라졌다.

연도소속팀성명경기이닝결과
1984OB윤석환571463년간 어깨 부상
1989태평양박정현38242.2이듬해 허리디스크로 쓰러짐
1991삼성김성길52188이듬해 은퇴
1997쌍방울김현욱70157.2무릎 수술 후 조기 은퇴
2002LG이동현78124.2수술 3회, 재활 7년
2009~2011SK전병두127293.1어깨 부상중

더군다나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이미 많은 이닝을 던진 권혁, 박정진, 송창식의 구위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윤규진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의 선수단 운영이 정상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상식을 파괴한 투수 운영과 타자들의 특별 타격훈련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투수들의 구위 저하 현상을 단순한 정신력으로 치부하고, 작은 실책에도 고참 선수를 교체하며 한여름에도 특별 타격 훈련을 계속하는 김성근 감독의 선수단 운영은 결국 리더-구성원 관계가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3. 과업 구조, 직위 권력

(1) 과업 구조

김성근 야구의 과업 구조는 반복적이다.

김성근 감독의 특징은 ‘지옥 훈련’이다.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선수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반복 훈련을 한다. 야수들은 반복되는 수비 훈련, 배팅 훈련을 강도 높게 받는다. 투수들은 미세한 투구 폼 교정부터 시작해서 매일 투구 훈련을 한다. 야수, 투수 모두 강도 높은 반복 훈련을 받는다. 시즌이 시작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같이 수비 훈련과 특별 타격 훈련이 이어지며, 투수들은 투구 폼 교정과 투구 훈련을 받는다.

반면, 스프링 캠프에서 팀 전체 훈련이 2시간 남짓인 메이저리그에서는 자율 훈련을 중시한다. 우리나라도 넥센 히어로즈는 자율 훈련을 중시하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한다. 따라서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반복적 과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직위 권력

김성근 야구에서 리더의 권력은 막강하다. 한화 이글스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프로야구 감독 중 아무도 누려보지 못한 절대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은 기존의 한화 이글스 코칭스태프를 물갈이 하고 ‘김성근 사단’으로 개편했으며, 이 과정에서 높은 몸값의 일본인 코치들이 대거 기용되었다. 대규모 스프링 캠프로 구단 운영비가 상승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기록상 하향세가 분명한 FA 투수 송은범과 배영수의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처음에 반대했지만, 감독의 요청에 각각 4년 34억 원, 3년 21.5억 원에 영입했다.

시즌이 시작한 후에는 70만 달러라는 거금을 데려온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 나이저 모건을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제대로 기용하지도 않고 퇴출시켰다. 김성근 감독의 막강한 권력은 팀 내 최고 유망주 유창식의 트레이드 건에서 잘 드러난다. 유창식, 김광수, 오준혁, 노수광을 기아 타이거즈로 보내고, 임준섭, 이종환, 박성호를 받아왔는데, 당시 한화 이글스 단장이었던 노재덕 단장은 이를 막지 못한 이유로 단장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이렇듯 김성근 감독은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3) 종합

피들러의 상황적 리더십 모델을 김성근 리더십에 적용시켜 본 결과, 올 전반기에는 리더-구성원 관계가 좋았고, 직무는 반복적이며, 리더의 권력은 강했기 때문에 과업중심인 김성근 리더십이 적절했다고 판단된다. 반면 후반기에는 리더-구성원 관계가 나빠졌는데, 직무와 리더의 권력은 이전과 동일하게 반복적이고 강했기 때문에 관계중심인 리더십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성근 리더십은 여전히 과업 중심적 리더십이었으므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리더-구성원 관계과업 구조직위 권력적절한 리더십 유형효과적인가?
전반기좋음반복적강함과업중심
후반기나쁨반복적강함관계중심아니오

4. 김성근 리더십의 장·단점

김성근 리더십의 장점은 모두가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팀 분위기를 해치는 구성원은 용납하지 않는다. 적절한 환경이 받쳐준다면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빛나는 성공을 구가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 재임 시절이 대표적 사례이다. 2007~2008년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등 4년간 우승 3번, 준우승 1번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김성근 리더십의 단점은 소통의 부재이다. 70대의 노 감독에게 직언을 할 사람은 드물어 보이고, 강력한 카리스마의 김성근 감독이 직언을 듣고 본인의 스타일을 굽힐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의 운영이 잘못된 길로 빠졌을 때 이를 바로잡아 줄 사람이 없다. 니시오카 투수 코치가 불펜 투수의 연투를 막으려고 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뜻을 결국 꺾지 못했고 후반기 한화 이글스의 불펜은 무너졌다. 이 사례는 김성근 리더십의 불통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 김성근 리더십의 발전 방향

본론에서 감독으로서 신드롬을 가져온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을 피들러의 상황적 리더십 모델로 해석해 보았다. 리더-구성원 관계는 전반기에는 좋았으나, 후반기에는 나빠졌다고 보았으며, 과업구조는 반복적이었고, 직위 권력은 강했다. 따라서 전반기에는 과업 중심적 리더십이, 후반기에는 관계 중심적 리더십이 효과적이었다. 성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과업 중심적 리더십이고, 따라서 전반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후반기에는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요즘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의 선수단 운영이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리더-구성원 관계가 예전처럼 항상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성근 감독은 어느 정도 본인의 스타일을 완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감독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노 감독이 한 순간에 과업 중심적 리더에서 관계 중심적 리더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한 순간에 변화하기 보다는, 점차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에서 하는 말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내년 시즌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김성근

김성근 – 나무위키 (namu.wiki)

김성근의 리더쉽 분석 – Could be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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